
보그 코리아 - ‘불리 1803 창립자 부부의 집’
한 명의 여성으로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과거 내가 다닌 회사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은 뒤 결혼을 빨리하면 안 된다는 은근한 눈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이유 아닐까? 그런데 아이가 한창 울어대는 한 3년차 엄마가 창업했다고 한다. 20대 때 함께 일로 불태웠던 전 회사 동료 박수경님의 이야기다. 공동창업과 공동육아를 줄타기하는 수경님의 플레이리스트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인스타그램 ‘바바 육아 일기’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창업이라니 의외의 전개예요!
“아이 엄마가 되어도 제가 사랑하는 미술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그런데 바바를 돌보면서 주 5일 출퇴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거예요. 오히려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처럼 느껴졌죠. 나에게 필요한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20대 때는 창업 뜻은 있어도 막상 용기를 내지 못했거든요. 바바가 엄마에게 용기를 준 거죠. 그리고 생각보다 능력 있는 창업맘이 정말 많아요. 지금 협업하는 회사도 엄마들끼리 메타버스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재택으로 일하고 있어요.”
―수경님의 엄마, 즉 바바 할머니까지 공동창업했다고 들었어요.
“특이한 가족 사업이죠? 태어난 바바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35년차 북디자이너 할머니, 10년차 아트디렉터 엄마가 힘을 합친 거죠. 아기가 처음 마주하는 세상은 흑백이래요. 이 시기에 아이 시각 발달을 위해 초점 책을 많이 보여주는데요. 시중에 파는 건 너무 단순하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니면 유행하는 캐릭터 책이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그림이잖아요. 유행하고 사라지는 책 말고 변하지 않는 고전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트디렉터 수경님의 예술 안목을 아기 때부터 경험할 수 있겠네요!
“이거 너무 자식 자랑일 수 있지만, 사실 바바가 17개월 때 모나리자 그림을 기억하더라고요. 박수경 딸로 태어났으니까 예술 안목은 꼭 물려주고 싶었는데 정말 흐뭇했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느끼고 마음속에 저장하나봐요.
제가 바바한테 배우는 취향도 있어요. 요즘 한창 알록달록 세상을 즐기는 바바와 함께 있다보니, 저도 이제는 컬러감 가득한 경쾌한 그림을 찾더라고요. 예전에는 위스키, 와인, 그림은 어둡거나 묵직한 것을 좋아했거든요. 처음엔 그런 취향이 흐려져갈 때 나를 잃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아이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거더라고요.”

―수경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뒤태 너머로 그림을 감상하는 프로필 사진. 이제 그 사진은 없던데, 이것도 바바를 만나고 난 뒤 변화인가요?
“육아하면서 고상하게만은 살 수 없잖아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저 같은 엄마들에게 ‘순산하세요’ 같은 응원 댓글을 다는 게 낙이에요. 물론 20대 때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던 모습이 옅어져서 아쉬움도 있었어요. 인스타그램 피드가 달라졌다고 제가 추구하는 일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20대 때 어른을 위해 예술을 알렸다면, 30대 바바 엄마로서 바바 또래 친구에게 예술을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김수진 컬처디렉터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3552.html?_ga=2.114321038.820838124.1684125412-1437455101.1679235447
보그 코리아 - ‘불리 1803 창립자 부부의 집’
한 명의 여성으로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과거 내가 다닌 회사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은 뒤 결혼을 빨리하면 안 된다는 은근한 눈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이유 아닐까? 그런데 아이가 한창 울어대는 한 3년차 엄마가 창업했다고 한다. 20대 때 함께 일로 불태웠던 전 회사 동료 박수경님의 이야기다. 공동창업과 공동육아를 줄타기하는 수경님의 플레이리스트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인스타그램 ‘바바 육아 일기’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창업이라니 의외의 전개예요!
“아이 엄마가 되어도 제가 사랑하는 미술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그런데 바바를 돌보면서 주 5일 출퇴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거예요. 오히려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처럼 느껴졌죠. 나에게 필요한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20대 때는 창업 뜻은 있어도 막상 용기를 내지 못했거든요. 바바가 엄마에게 용기를 준 거죠. 그리고 생각보다 능력 있는 창업맘이 정말 많아요. 지금 협업하는 회사도 엄마들끼리 메타버스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재택으로 일하고 있어요.”
―수경님의 엄마, 즉 바바 할머니까지 공동창업했다고 들었어요.
“특이한 가족 사업이죠? 태어난 바바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35년차 북디자이너 할머니, 10년차 아트디렉터 엄마가 힘을 합친 거죠. 아기가 처음 마주하는 세상은 흑백이래요. 이 시기에 아이 시각 발달을 위해 초점 책을 많이 보여주는데요. 시중에 파는 건 너무 단순하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니면 유행하는 캐릭터 책이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그림이잖아요. 유행하고 사라지는 책 말고 변하지 않는 고전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트디렉터 수경님의 예술 안목을 아기 때부터 경험할 수 있겠네요!
“이거 너무 자식 자랑일 수 있지만, 사실 바바가 17개월 때 모나리자 그림을 기억하더라고요. 박수경 딸로 태어났으니까 예술 안목은 꼭 물려주고 싶었는데 정말 흐뭇했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느끼고 마음속에 저장하나봐요.
제가 바바한테 배우는 취향도 있어요. 요즘 한창 알록달록 세상을 즐기는 바바와 함께 있다보니, 저도 이제는 컬러감 가득한 경쾌한 그림을 찾더라고요. 예전에는 위스키, 와인, 그림은 어둡거나 묵직한 것을 좋아했거든요. 처음엔 그런 취향이 흐려져갈 때 나를 잃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아이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거더라고요.”
―수경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뒤태 너머로 그림을 감상하는 프로필 사진. 이제 그 사진은 없던데, 이것도 바바를 만나고 난 뒤 변화인가요?
“육아하면서 고상하게만은 살 수 없잖아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저 같은 엄마들에게 ‘순산하세요’ 같은 응원 댓글을 다는 게 낙이에요. 물론 20대 때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던 모습이 옅어져서 아쉬움도 있었어요. 인스타그램 피드가 달라졌다고 제가 추구하는 일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20대 때 어른을 위해 예술을 알렸다면, 30대 바바 엄마로서 바바 또래 친구에게 예술을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김수진 컬처디렉터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3552.html?_ga=2.114321038.820838124.1684125412-1437455101.1679235447